설악산이 워낙 유명한 산이라 설악산 주변에는 여러 절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내설악의 중심에 있는 백담사, 적멸보궁 봉정암, 양양의 낙산사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신흥사는 외설악의 중심에 있는 사찰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 등산로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속초시 설악동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현재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이며, 652년 진덕여왕 6년 자장이 지금 신흥사 인근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향성사가 이 절집의 전신이다.
향성사는 701년 의상이 자리를 능인암 터로 옮겨 선정사로 중건하고 1,000년간
번창하였으나, 1642년 인조 20년 전소되어 1644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신흥사가 되었다 한다. 이후 수많은
불사를 통해 여러 전각이 세워졌고, 현존하는 당우들 중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된 극락보전은 1644년 지어진 목조건축물로 단청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또한 보물 제443호로 지정된, 창건 당시 만들어진 향성사 터에서 발굴된 삼층석탑이 보존되어 있다.
설악산에
관광을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러보았을 법한 신흥사는, 옛날에는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설악산
관광단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조성된 사찰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한 곳이다. 하지만 신흥사는 엄연히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고찰이다.
다른 지방의 고찰들 대부분이 산속 깊숙한 곳,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신흥사는 편리한 교통 덕분에 상대적으로 거리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져 그 가치가 절하되는 손해를 보는 절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교적
최근인 1997년, 신흥사 주변에 높이 14m가 넘는 세계 최대의 청동 불좌상이 조성되었다. 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이 엄청난 규모의 통일대불의 조성 의도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 규모부터가 왠지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을 내세의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 사찰에서 이런 식으로 현세에 표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거의
모든 절집의 새벽 풍경은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겠지만, 설악동에서 숙박을 하고 등산을 하기 위해 새벽
어둠을 헤치며 걷다가 마주하게 되는 신흥사의 불빛은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안개까지
끼는 날에는 마치 무릉도원 입구처럼 느껴질 정도로 신비스러워, 등산객의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하는
곳이다. 신흥사는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쪽은
울산바위 쪽 등산로이고 다른 한쪽은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천불동 계곡이다.
이렇게
계곡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은 신흥사 앞마당에 서면, 오른편으로 외설악의 준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흥사 앞마당에 걸쳐 있는 외설악 준봉들 사이로 새벽 여명이 걷히는 모습은,
언제든 찾아와 보고 또 보고 싶은 멋진 풍경 중 하나다. 숙소에서 새벽 어둠을 뚫고 나와
신흥사에서 여명을 지켜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도 설악산을 찾으면 가장 먼저 새벽의 신흥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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