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3일 목요일

대구 동화사 [桐華寺]

팔공산 동화사는 누구나 잘 아는 절이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런 절집이다. 행정구역상 대구광역시 시계에 있는 사찰로 여느 고찰처럼 첩첩산중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동화사가 이렇게 오래된 고찰이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동화사는 다양한 교통편이 잘 갖추어져 있다. 동대구역에서 버스로 갈 수도 있고 택시를 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찰이다.
















너무 유명해서 이름은 아주 친숙한데 유명 사찰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발길이 닿지 않는 절집이었다. 동화사를 처음 찾은 건 늦가을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는데, 팔공산 단풍과 어우러진 동화사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동화사는 얼핏 보기에도 무척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구릉이나 계곡이 아닌 팔공산 능선 자락에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화사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대도시 대구에서 쉽게 느낄 수 없을 만큼 장중하다.
















동화사 사적비에 의하면 신라 소지왕 15 493년 극달화상이 최초로 창건하여 유가사라고 불렀고, 신라 흥덕왕 7 832년 심지 대사가 중창할 때 오동나무가 겨울에 상서롭게 꽃을 피웠다 하여 동화사라고 개칭했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진표율사로부터 영심 대사에게 전해진 팔 간자를 심지 대사가 팔공산에서 던져 떨어진 자리인 첨당 북쪽 우물 자리에 지어진 사찰이라 전해진다. 신라 경문왕 3 863년과 경순왕 1 928년에 중창하고 이후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화사에는 많은 문화재들이 남아 있는데, 경내 전각들 중에 동화사의 주 불전인 대웅전이 역사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문화재이다. 대웅전은 정면 3, 측면 3칸의 다포식 겹처마 팔작지붕 목조건축물로 조선 후기인 영조 3 1727년과 영조 8 1732년 사이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팔공산을 대표하는 법당이다. 이 밖에도 동화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좌불상과 삼층석탑이 각각 2점씩 남아 보존되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찰 중에 하나인 동화사는 최근까지 통일대전과 통일대불 같은 대규모 불사를 단행하여 사세를 키워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로서 팔공산 일대에 수많은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동화사는 유달리 지리적인 혜택을 보고 있는 듯 보인다. 행정구역상으로 대구와 경북에 걸쳐 있어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 사찰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역에 기반을 두고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이런 대규모 불사들이 모두 동화사 경내의 구조나 전각 배치의 변동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 년 동안 절집을 짓고 불심을 키워온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다. 그러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변치 않았던 원래의 것들은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동화사는 최근의 수많은 대규모 불사에도 불구하고 본찰의 모습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가진 문화는 건축과 종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위적으로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거나 인공적인 창조를 즐기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듯이,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불교문화재와 고건축물 또한 어떤 이유에서건 위치한 그 자리를 떠나 홀로 돋보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대중교통으로 동화사가는 길 :
대구광역시 동구 동화사길 1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하여 동대구역까지 이동 동대구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1시간안에 이동할 수 있다.

Getting to Donghwasa Temple by Public Transportation:
1, Donghwasa-gil, Dong-gu, Daegu, Republic of Korea
You can travel from Seoul Station to Dongdaegu Station by KTX. From Dongdaegu Station, you can reach your destination within an hour by bus or ta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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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일 월요일

부산 범어사 [梵魚寺]

범어사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광역시 내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유명 사찰들이 첩첩산중으로 자리를 옮겨 그 명맥을 유지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명 사찰들이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비하면, 범어사는 부산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동화사와 비견되는 부산광역시의 범어사는 그 역사가 동국여지승람에 기술되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절집이다.

범어사 대웅전 신라 문무왕 678년 의상대사가 해동의 화엄 10찰 중 하나로 창건하여 조선 중기까지 그 면모를 유지하던 범어사는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폐허로 변했다. 선조 35 1602년 관선사로 중건하고, 광해군 5 1613년 지금의 가람들을 건립하면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찰 대본산으로 참선을 통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잡념과 망상을 쉬게 하고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참다운 불심을 깨닫게 하는 수행을 근본으로 삼는 도량이다. 양산 통도사가 불보종찰, 합천 해인사가 법보종찰, 순천 송광사가 승보종찰이라면, 범어사는 네 번째 선종 본찰로 마음의 근원을 구하는 수행도량으로 그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범어사는 부산광역시 어느 곳에서나 택시나 버스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금정산 자락에 있다. 역시 도심 속 사찰답게 절집 앞까지 깨끗하게 정비된 진입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제일 먼저 보물 제1461호로 지정된 범어사 조계문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범어사 경내인데, 범어사 조계문은 자그마하면서도 아주 특색 있는 절집 대문으로 유명하다. 어느 절집이나 건축 방식이 비슷하기 마련이지만, 범어사 조계문을 볼 때마다 독창적인 창의성이 돋보이는 목조건축물이라는 느낌이다.

조계문을 지나 계단으로 이어진 사천왕문을 오르면 경내인데, 정면에 대웅전 마당이 나타나고 이 마당을 지나 대웅전 앞까지는 다시 계단으로 이어진다. 대웅전 앞마당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434호로 지정된 조선 중기 전형적인 목조건축물인 범어사 대웅전 앞에 서게 된다. 주요 동선이 경사면을 따라 쭉 계단으로 이어져 있는데, 대웅전 앞에 서면 아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이 절집의 풍채를 한눈에 느끼기에 아주 충분한 풍경이다.

범어사 대웅전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배후에 두고 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범어사에는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절집 군데군데 풍요로운 흔적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천년고찰로서의 풍채는 여전하다는 게 부산을 올 때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범어사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감상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부산은 범어사, 대구는 동화사, 대전은 동학사와 갑사를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서울에는 어떤 절집이 대표 사찰일까? 서울 주변에도 여러 절집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딱히 대표 사찰로 손에 꼽을 만한 곳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대중교통으로 불국사가는 길 :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로 250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하여 경주역까지 이동 경주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1시간안에 이동할 수 있다.

Getting to Bulguksa Temple by Public Transportation: 
250, Beomeosa-ro, Geumje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Take the KTX from Seoul Station to Gyeongju Station. From Gyeongju Station, Bulguksa can be reached within an hour by local bus or ta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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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6일 화요일

경주 불국사 [佛國寺]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손가락에 뽑을 수 있는 사찰 불국사. 대한민국 불교 사찰 하면 수학여행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가본 적이 있는 절집이 불국사이다. 그런데 불국사는 왜 유명한 걸까? 이번에 불국사를 찾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질문이다. 그리고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그런 의문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한 번에 깨지고 말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대학 다닐 때까지 정말 여러 번 찾아왔던 불국사지만, 매번 느끼는 감탄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고 말았다.

우선 불국사는 우리나라의 여느 사찰들과는 달리 주변 지역이 정말 체계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인근 지역에 들어서 있는 불국사 관광단지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청운교·백운교다. 종교를 떠나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고의 석조 건축물이자, 1,000년 전 신라시대 문화의 향기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너무나도 아름다운 석조 구조물이다. 경사진 산자락의 사찰 본당을 오르는 구조물을 이리도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신라인들의 문화적 역량에 찬사를 금할 수 없을 따름이다.

지금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청운교·백운교를 직접 걸어 볼 수는 없다. 대신 산비탈을 따라 경내를 출입하는 동선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 동선을 따라 경내에 들어서면 다시 한번 숨 막히는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불탑들이 국토 전체에 산재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석탑 2개가 시선을 가로막고 서서, 방금 전 감탄하던 청운교·백운교의 감동을 모두 잊게 만들어 버린다. 국보 제20호 다보탑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국보 제21호 석가탑의 미려한 아름다움은 오묘하게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한 불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군다나 석가탑에서 1966년 발견된 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본으로,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과 함께 우리 민족의 우수한 인쇄 기술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기록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1,000년 동안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품고 그 긴 세월을 지나온 불국사 석가탑 앞에 서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한 번쯤 돌이켜 보게 되는 것만 같다.

불국사는 비교적 정확하고 상세한 창건 연대를 알 수 있는 "불국사고금창기"라는 기록물이 현존하고 있다. "불국사고금창기"에 따르면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15 528년 처음으로 창건되어 신라 신문왕 때의 재상 김대성에 의해 대규모 중창불사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여러 차례의 개보수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큰 절이지만 과거에는 더 큰 규모였다니 그때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불국사가 자리 잡은 토함산의 정상에는 또 하나의 위대한 민족유산이 남겨져 있는데, 우리가 흔히 석굴암이라고 부르는 국보 제24호 석불사 석굴이다. 불국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문화재가 석굴암인데, 토함산 정상에 올라 석굴암의 본존불을 참배하는 것 또한 불국사 탐방에 아주 중요한 코스 중 하나이다. 너무 유명하고 엄청난 문화재가 즐비해서 이를 설명하다 보면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을 나열할 여유를 찾을 수 없으나, 이런 멋진 문화유산을 만나는 것은 매번 반복해도 이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국보] 석사탑/다보탑


대중교통으로 불국사가는 길 :
경북 경주시 불국로 385
서울역에서 KTX를 이용하여 경주역까지 이동 경주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1시간안에 이동할 수 있다.

Getting to Bulguksa Temple by Public Transportation: 
385, Bulguk-ro, Gyeongju-si, Gyeongsangbuk-do, Republic of Korea 
Take the KTX from Seoul Station to Gyeongju Station. From Gyeongju Station, Bulguksa can be reached within an hour by local bus or ta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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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화엄사 [華嚴寺]

우리 역사와 가장 가까이 있었던 조선 왕조가 유교 국가였던 탓에, 이전부터 오랫동안 우리 민족의 삶에 깊이 영향을 미쳤던 불교는 주로 산중 깊숙한 곳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런 연유로 유명한 명산에는 유독 명찰들이 많이 있다. 지리산은 백두대간의 가장 남쪽에 자리 잡은 민족의 명산이고, 지리산 주변에는 수많은 사찰들이 들어서게 되었다. 지리산 주변의 수많은 사찰 중 단연 으뜸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화엄사를 첫손가락에 올릴 수 있다.

전남 구례군에서 시내버스가 수시로 다니고 택시로도 쉽게 이동이 가능한 지리산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인 544년에 인도 스님 연기조사가 창건하여 불교의 화엄사상을 백제에 꽃피우게 했다. 이후 여러 차례의 개보수를 거쳐 승승장구하다가, 임진왜란 때 승병을 조직하여 항전한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왜장 가토 기요마사에 의해 전소되었다. 이후 인조 때 백암 선사와 숙종 때 계파 선사에 의해 중창되면서, 이 시기에 국내 최대 규모의 각황전이 건립되고 선교 양종의 대가람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특히 국보 제67호 화엄사 각황전은 사찰에서는 보기 드문 대형 목조건축물이다. 수덕사 대웅전과 금산사 미륵전을 능가하는 규모의 초대형 목조건축물인 각황전은, 조선 숙종 때 건립되어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는 보기 드문 문화유산이다. 팔작지붕 다포집으로 정면 7, 측면 5칸의 각황전은 3층 장육전이 있던 자리에 계파 선사가 중건한 건축물로, 숙종이 직접 이름을 지어 현판을 내리고 사액하여 오늘날의 각황전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각황전 앞에 서면 그 규모를 떠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웅장하고 장중한 아름다움이 온몸으로 전해진다.

그래서일까, 각황전 앞 석등 또한 유난히 크고 장중해 보이는데, 이 또한 국보 제12호란다. 이쯤 되면 이 자리가 보통 자리가 아니구나 싶어진다. 그렇게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고 여기저기를 헤매다 보면, 멀리 지리산 아랫동네의 전경이 어렴풋하게 들어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다시 각황전 뒤편으로 안내 표지를 따라 뒷산을 오르면 산 중턱에 국보 제35호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이 자리 잡고 있는데, 삼층석탑을 떠받치고 있는 네 마리의 석조 사자상이 더없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석탑과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지리산 화엄사는 지리산을 대표하는 절집으로, 다양한 목조건축물과 석조건축물들이 유난히도 조화롭게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다. 서울을 제외하면 지방에 20개도 되지 않는 국보급 목조건축물을 보유하였을 뿐 아니라, 위치와 역사, 규모 모두에서 우리나라 불교 사찰을 대표할 만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이다.



































[국보] 화엄사 각황전



대중교통으로 화엄사가는 길 :
전라남도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539
서울 용산역에서 전라선 KTX를 이용하여 구례구역까지 이동하고 구례구역에서 버스나 택시로 송광사까지 30분안에 이동할 수 있다. 

Getting to Hwaeomsa Temple by Public Transportation: 
137, Hwaeomsa-ro, Masan-myeon, Gurye-gun, Jeollanam-do, Republic of Korea.
Take the Jeolla Line KTX from Yongsan Station in Seoul to Gurye-gu Station. From Gurye-gu Station, Hwaeomsa can be reached in about 30 minutes by local bus or ta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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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대흥사 [大興寺]

대흥사는 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정말 먼 거리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다. 그래서 한번 찾기가 쉽지 않은 곳이기에, 대흥사 방문길은 더욱더 설렘으로 가득하기 마련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몇 번을 갈아타고서야 대흥사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고, 주차장에서 약 3~4km의 산길을 걸어 들어가야 대흥사 경내에 도착할 수 있다. 이렇게 멀리 있어서일까, 대흥사를 찾을 때마다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대한민국의 남쪽 끝자락, 전라남도 해남군 두륜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대흥사는 경내가 다시 북원·남원·별원으로 나뉘는 독특한 가람 배치와 함께, 역사적으로 호국불교의 큰 족적을 남긴 서산대사의 사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살생을 금하는 불교의 금기를 깨고 승병을 일으켜 왜군의 침략에 맞선 서산대사의 총본영이 바로 이곳 대흥사였다. 그러기에 대표적인 호국도량으로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으며, 서산대사 사후 그의 의발이 대흥사에 전해져 현재 별도의 유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이외에도 당대의 명필이었던 이삼만·이광사와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들이 현존하고 있다.

대흥사의 기원은 몇몇 자료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데, 최초의 창건 기록은 426(백제 구이신왕 7) 신라의 승려 정관이 창건한 만일암이 그 시초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544(신라 진흥왕 5) 아도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이후 자장율사와 도선대사가 계속해서 중건에 참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을 만큼, 경내 곳곳에는 오랜 역사의 향기가 물씬 배어나온다. 여느 사찰과는 전혀 다른 흔치 않은 가람 배치가 일반 관람객에게는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져 기억에 남을 만하다. 그래서 온 길을 뒤돌아보고 다시 제자리에 서서 감상하게 만드는 매력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절집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게 된다.

경내에서 대웅보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내려와 개울을 건너야 하는데, 개울을 끼고 양쪽에 전각들이 나뉘어 자리 잡고 있는 형국이다. 왜 이런 가람 배치를 택했을까 고민하다가, 개울을 건너 대웅보전 계단에 올라서면 기가 막히게도 시선을 두는 곳마다 편안한 느낌이 들어 전혀 거슬리는 것이 없는 자리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킨 사찰의 절묘한 풍수는 결국 다 이유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현재 대한불교 조계종 22교구의 본사인 대흥사는 주변에 많은 말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몇몇 말사들은 대흥사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많은 유물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북미륵암은 국보급 국가지정 문화재를 여럿 보유하고 있다 하여 꼭 찾아보고 싶지만, 두륜산 정상까지 등산을 해야 하는 탓에 엄두가 나지 않아 매번 언젠가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다시 찾으리라 결심하면서 발길을 돌린 것이 몇 번째인지 모른다.

관람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대흥사 종무소에서 눈 내린 대흥사 사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이 자주 오는 곳은 아니지만, 한번 눈이 내려 쌓이면 대흥사가 이런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매번 봄에만 대흥사를 방문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대흥사의 가을은 어떤 모습일지 자연스레 상상이 펼쳐졌다. 우리나라 가장 남쪽인 해남에 자리 잡고 있으니 늦은 가을에나 단풍이 들 것 같다. 천 년 고찰 두륜산 대흥사의 가을을 꼭 한번 보고 싶어진다.


































대중교통으로 대흥사가는 길 :
전라남도 해남군 삼산면 대흥사길 400
대흥사는 기차로 갈수 없다. 해남터미널까지 버스로 이동하여 버스나 택시로 30분안에 이동할 수 있다.

Getting to Daeheungsa Temple by public transportation:
154, Daeheungsa-gil, Samsan-myeon, Haenam-gun, Jeollanam-do, Republic of Korea
There is no train service to Daeheungsa. You can take an intercity or express bus to Haenam Bus Terminal, and from there, Daeheungsa is about 30 minutes away by local bus or tax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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