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7일 일요일

청도 운문사 [雲門寺]

6월 중순이 되면 장마가 시작되고 장마가 시작되면 대한민국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일이 불편해질 것이 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벽에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동대구행 KTX에 몸을 실었다. KTX가 개통되기 전만 해도 대구까지 3시간 이상 걸리던 때가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제 동대구까지 1시간 반이면 도착하는 편리한 교통편 덕에 자주 찾아가는 사찰들도 거리가 가까워진 듯하다. 경상북도 청도군에 자리한 청도 운문사는 대구에서 시작하여 경산을 거쳐 한 시간 여 만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가 되었다.
















어느 미학자가 새벽이 아름다운 사찰로 표현한 운문사는 청도 호거산 자락에 폭 파묻혀 있었다. 운문사 주차장에 내려 계곡을 따라 한참을 걸어 들어가면 평평한 대지가 나타나는데 바로 여기에 자리 잡고 있다. 운문사 가람들은 넓은 평지에 만세루를 중심으로 전각들이 사방에 펼쳐져 있는 형국이다. 운문사 만세루는 학승들 교육을 위한 강당 건물로 법회나 법당의 주요 행사 때 사용하는 곳으로, 1105년 원응국사가 중창 때 건축한 건물로 조선 초기의 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건물이다.
















운문사는 신라 진흥왕 21 560년에 한 신승이 창건하였고 진평왕 30 608년에 원광국사가 제1차 중창하였다. 이후 후삼국시대 때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보양이 오갑사로 중창하고, 보양이 고려 태조 왕건을 도운 공로로 대작갑사에 운문선사라는 사액을 하사받아 운문사라는 이름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특히 1277년 고려 충렬왕 때 일연 스님이 운문사 주지로 추대되어 1281년까지 머무르셨다 한다. 이때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의 집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더욱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 되었다.
















최근에는 해방 이후 제1대 김상명 스님에서 제4대 박상웅 스님까지 잠시 대처승들이 거주하는 절집이었으나, 1950년 교단 정화 운동 이후 비구니 정금광 스님이 초대 주지에 취임하면서 국내 최대의 학인 수를 자랑하는 승가대학을 개설하고, 현재는 불교계의 여자대학과 흡사한 비구니 승가대학으로 운영하고 있어 더욱 유명해졌다.
















특별히 유명한 문화재나 건축물이 존재하지 않지만, 10년 전 운문사를 처음 찾아왔을 때나 지금이나 그리 변한 것이 없어 보이고, 두 번째 찾은 초여름 운문사는 존재만으로도 경내에 천년고찰로서 역사의 향기를 그대로 품고 있는 듯하여 좋았다. 새벽에 안개가 끼면 구름에 묻혀 버린 듯,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일 것만 같은 운문사의 모습이 10년 후에도 이대로 보존되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그런 절집이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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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신흥사 [神興寺]

설악산이 워낙 유명한 산이라 설악산 주변에는 여러 절집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내설악의 중심에 있는 백담사, 적멸보궁 봉정암, 양양의 낙산사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신흥사는 외설악의 중심에 있는 사찰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흔들바위와 울산바위 등산로 길목에 자리 잡고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속초시 설악동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현재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이며, 652년 진덕여왕 6년 자장이 지금 신흥사 인근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 향성사가 이 절집의 전신이다.
















향성사는 701년 의상이 자리를 능인암 터로 옮겨 선정사로 중건하고 1,000년간 번창하였으나, 1642년 인조 20년 전소되어 1644년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면서 신흥사가 되었다 한다. 이후 수많은 불사를 통해 여러 전각이 세워졌고, 현존하는 당우들 중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된 극락보전은 1644년 지어진 목조건축물로 단청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또한 보물 제443호로 지정된, 창건 당시 만들어진 향성사 터에서 발굴된 삼층석탑이 보존되어 있다.
















설악산에 관광을 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러보았을 법한 신흥사는, 옛날에는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설악산 관광단지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조성된 사찰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킬 만큼 대중들에게 친숙한 곳이다. 하지만 신흥사는 엄연히 천 년의 역사를 가진 고찰이다. 다른 지방의 고찰들 대부분이 산속 깊숙한 곳,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신흥사는 편리한 교통 덕분에 상대적으로 거리가 그리 멀지 않게 느껴져 그 가치가 절하되는 손해를 보는 절집이 아닌가 생각된다.
















비교적 최근인 1997, 신흥사 주변에 높이 14m가 넘는 세계 최대의 청동 불좌상이 조성되었다. 통일을 염원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이 엄청난 규모의 통일대불의 조성 의도에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그 규모부터가 왠지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민족통일에 대한 염원을 내세의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 사찰에서 이런 식으로 현세에 표현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거의 모든 절집의 새벽 풍경은 참으로 경이로운 것이겠지만, 설악동에서 숙박을 하고 등산을 하기 위해 새벽 어둠을 헤치며 걷다가 마주하게 되는 신흥사의 불빛은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안개까지 끼는 날에는 마치 무릉도원 입구처럼 느껴질 정도로 신비스러워, 등산객의 발걸음을 저절로 멈추게 하는 곳이다. 신흥사는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쪽은 울산바위 쪽 등산로이고 다른 한쪽은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천불동 계곡이다.
















이렇게 계곡 깊숙이 자리 잡은 것 같은 신흥사 앞마당에 서면, 오른편으로 외설악의 준봉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흥사 앞마당에 걸쳐 있는 외설악 준봉들 사이로 새벽 여명이 걷히는 모습은, 언제든 찾아와 보고 또 보고 싶은 멋진 풍경 중 하나다. 숙소에서 새벽 어둠을 뚫고 나와 신흥사에서 여명을 지켜보고 돌아오는 길에, 다음에도 설악산을 찾으면 가장 먼저 새벽의 신흥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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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상원사 [上院寺]

오대산 산중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상원사는 현재 행정구역으로 평창군 진부면에 속한다. 인근 월정사의 말사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문수보살상을 모시는 문수도량인 상원사는 인근의 적멸보궁과 함께 불교 성지의 하나로 유명한 곳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월정사에서부터 비포장길로 한 시간 가량을 달려야 올 수 있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 길이 말끔하게 포장되어 상원사 앞까지 평창 읍내에서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
















상원사 역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천년고찰이다. 신라 성덕왕 4(705) 지금의 상원사 터에 진여원을 창건하고 문수보살상을 봉안하였다 한다. 이것이 상원사의 시작이고,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쳤으며, 조선 7대 임금인 세조가 이곳에서 기도하면서 문수보살을 만나 피부병을 고쳤다는 유명한 일화가 남아 있다. 이때 세조가 친히 권선문을 작성하여 진여원을 확장하고 상원사로 이름을 바꾸었다 한다. 6·25 사변 때는 방한암 스님이 전쟁의 참화에서 상원사를 지켜냈고, 30년간 기거하시다가 1951년 이곳에서 입적하셨다.
















잘 포장되어 있는 도로변 버스정류장 앞에는 세조가 목욕할 때 의관을 걸어 놓았다는 버섯 모양의 관대걸이가 남아 있고, 여기서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급한 경사의 계단을 100~200m 오르면 경내에 오르게 된다. 거의 오대산 정상에 가까운 위치라 사방은 온통 오대산 산봉우리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답답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겨울에 눈이 내려 모든 산봉우리가 설국으로 변하면 장관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등지고 서 있던 전각들 앞쪽에 전시되어 있는 동종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상원사 사찰 자체보다 더 유명한 상원사 동종의 모형이다. 상원사 동종은 국보 제36호로 지정된, 통일신라시대에 주조된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종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답기로 유명한 경주 국립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보다 45년 더 앞선 신라 성덕왕 24년에 만들어져, 조선 예종 원년(1469) 상원사로 이전해 왔다 한다. 상원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는 분이더라도, 상원사 동종에 대해서는 학창 시절 역사 시간에 한 번쯤 암기해 보았을 것이다.
















오대산 비로봉 바로 아래 자리 잡은 상원사는 적멸보궁에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기에 대웅전을 따로 두지 않고, 대신 영산전을 두고 있다. 산꼭대기에 있어 햇볕이 잘 드는 상원사의 부도밭은 다른 사찰의 부도밭과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영산전 끄트머리에는 경내 분위기를 크게 해치지 않고 기념품 판매점과 편의시설이 자리 잡고 있는데, 너와지붕을 얹어 강원도 냄새를 짙게 풍기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래된 문화유적에 편의시설을 세우더라도 이런 배려를 한다면, 전체 분위기를 해치지 않고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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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월정사 [月精寺]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명산 설악산과 오대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설악산에 백담사와 신흥사가 있다면 오대산에는 월정사와 상원사가 자리 잡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643)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오대산이 문수보살이 머무르는 성지라 생각하고 지금의 절터에 초암을 짓고 머물면서 문수보살을 친견하였다 한다. 이 자리에 사찰을 세우고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현재 모습은 1951 1·4 후퇴 때 전소되었다가 1964년 이후 새로 지어진 전각들이 대부분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자장의 창건 설화를 바탕으로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스러운 땅으로 알려진 월정사는, 인근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오대산 사고가 있고, 경내에는 국보 제48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보물 제139호 석조보살좌상이 보존되어 있다. 특히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고려 전기 송나라의 영향을 받은 양식으로, 현재 국내에 몇 기 남아 있지 않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또한 석탑 앞에 자리 잡고 있던 보물 제139호 석조보살좌상은 보호를 위해 이전하고, 지금 그 자리에는 복제품이 놓여 있다.
















특히 월정사는 계유정난으로 왕권을 찬탈한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수양대군으로 살면서, 형인 문종이 단명하고 그의 어린 아들 단종이 즉위하자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인물로 역사에 남아 있다. 이런 자신의 죄를 참회하려는 듯, 세조는 유교국가의 군주이면서도 간경도감을 설치하여 불교 서적을 간행하고 여러 곳의 불사를 지원하였다. 세조가 월정사를 찾아 법당으로 들어갈 때 고양이의 도움으로 불상 밑에 숨어 있던 자객을 피했다 하여, 사방 80리 땅을 묘전으로 하사하고 월정사 중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다.
















영동고속도로가 인근에 있어 월정사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찰이다. 절집 앞에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 지금은 일주문과 바로 연결되어 있지만, 주차장 옆으로 약 1km의 전나무 숲길이 월정사의 또 하나의 보물이다. 1,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즐비하게 도열해 있는 월정사 전나무 길은 내소사 전나무 길보다 울창하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삼림욕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눈 덮인 전나무 숲길 또한 삼림욕만큼이나 멋진 자연 풍경을 선사한다.
















월정사를 찾으면 꼭 이 길을 걸어 보라 추천하고 싶다. 몇 년 뒤면 평창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그러면 많은 외국인들이 평창을 찾을 것이고, 가까운 동해 바다와 오대산을 방문할 것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유적으로, 누구에게나 첫손가락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천년고찰 오대산 월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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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음사 [觀音寺]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절다운 절집인 관음사는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의 본산이다. 즉 제주도 내 모든 사찰을 관장하는 절집이다. 일반적으로 전국의 명산에는 유명한 사찰들이 몇 개씩 자리를 잡기 마련인데, 제주도가 섬 지역인 까닭에 관음사가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절집이기도 하다. 창건자와 창건 연대는 기록이 없어 미상이며,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였던 이형상이 제주의 잡신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관음사를 폐사시킨 이후 폐허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관음사는 1912년 비구니 봉려관이 바다에서 풍랑을 만났으나 관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나게 되자, 이곳에 절을 짓고 불상을 모신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후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 다시 전소되었다가 1968년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육지의 수많은 천년고찰들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우선 입구부터 제주도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다른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강문이나 사천왕문이 없다. 대신 100여 미터의 경사로를 따라 제주 현무암으로 조각한 크기가 같은 불상들이 도열해 있다. 아마도 이 불상들이 사천왕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길을 걸어 경내에 들어서면 정면에 대웅전과 몇 개의 전각이 서 있는데, 모든 건물이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어서 관음사의 길지 않은 역사를 대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풍경도 제주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만나는 절집다운 절집이라 거북하지 않다. 대웅전을 마주하고 제법 규모가 큰 연못이 하나 조성되어 있고, 그 왼쪽으로 거대한 불상이 야외에 세워져 있다. 이것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절집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이지만, 지역에서 관음사의 위세를 가늠하기에 좋은 불사의 흔적인 것 같다.
















관음사 오는 길에는 국립제주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국립대학으로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제주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제주대학교에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본관 건물이 있었다. 대학 시절 제주도에 와서 실제로 건물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헐리고 없었다. 어디로 이전한 것인지는 모르나, 한국 건축사에 아주 중요한 건물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처럼 사라진 문화유산의 존재는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관음사도 오래도록 같은 자리를 지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곳을 찾는 이들 앞에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면, 제주도 유일의 절집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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