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7일 일요일

평창 월정사 [月精寺]

우리나라 동해안에는 명산 설악산과 오대산이 자리 잡고 있다. 설악산에 백담사와 신흥사가 있다면 오대산에는 월정사와 상원사가 자리 잡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자락에 위치한 월정사는 신라 선덕여왕 12(643)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자장율사가, 오대산이 문수보살이 머무르는 성지라 생각하고 지금의 절터에 초암을 짓고 머물면서 문수보살을 친견하였다 한다. 이 자리에 사찰을 세우고 이후 여러 차례 중창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현재 모습은 1951 1·4 후퇴 때 전소되었다가 1964년 이후 새로 지어진 전각들이 대부분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자장의 창건 설화를 바탕으로 문수보살이 머무는 성스러운 땅으로 알려진 월정사는, 인근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오대산 사고가 있고, 경내에는 국보 제48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과 보물 제139호 석조보살좌상이 보존되어 있다. 특히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은 고려 전기 송나라의 영향을 받은 양식으로, 현재 국내에 몇 기 남아 있지 않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또한 석탑 앞에 자리 잡고 있던 보물 제139호 석조보살좌상은 보호를 위해 이전하고, 지금 그 자리에는 복제품이 놓여 있다.
















특히 월정사는 계유정난으로 왕권을 찬탈한 조선의 7대 임금 세조와 깊은 인연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세종대왕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수양대군으로 살면서, 형인 문종이 단명하고 그의 어린 아들 단종이 즉위하자 어린 조카를 죽이고 왕위에 오른 인물로 역사에 남아 있다. 이런 자신의 죄를 참회하려는 듯, 세조는 유교국가의 군주이면서도 간경도감을 설치하여 불교 서적을 간행하고 여러 곳의 불사를 지원하였다. 세조가 월정사를 찾아 법당으로 들어갈 때 고양이의 도움으로 불상 밑에 숨어 있던 자객을 피했다 하여, 사방 80리 땅을 묘전으로 하사하고 월정사 중건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한다.
















영동고속도로가 인근에 있어 월정사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사찰이다. 절집 앞에 넓은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 지금은 일주문과 바로 연결되어 있지만, 주차장 옆으로 약 1km의 전나무 숲길이 월정사의 또 하나의 보물이다. 1,000여 그루의 아름드리 전나무가 즐비하게 도열해 있는 월정사 전나무 길은 내소사 전나무 길보다 울창하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삼림욕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이라, 눈 덮인 전나무 숲길 또한 삼림욕만큼이나 멋진 자연 풍경을 선사한다.
















월정사를 찾으면 꼭 이 길을 걸어 보라 추천하고 싶다. 몇 년 뒤면 평창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제23회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그러면 많은 외국인들이 평창을 찾을 것이고, 가까운 동해 바다와 오대산을 방문할 것이다. 우리 문화와 역사를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유적으로, 누구에게나 첫손가락에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천년고찰 오대산 월정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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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음사 [觀音寺]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절다운 절집인 관음사는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의 본산이다. 즉 제주도 내 모든 사찰을 관장하는 절집이다. 일반적으로 전국의 명산에는 유명한 사찰들이 몇 개씩 자리를 잡기 마련인데, 제주도가 섬 지역인 까닭에 관음사가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절집이기도 하다. 창건자와 창건 연대는 기록이 없어 미상이며,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였던 이형상이 제주의 잡신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관음사를 폐사시킨 이후 폐허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관음사는 1912년 비구니 봉려관이 바다에서 풍랑을 만났으나 관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나게 되자, 이곳에 절을 짓고 불상을 모신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후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 다시 전소되었다가 1968년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육지의 수많은 천년고찰들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우선 입구부터 제주도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다른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강문이나 사천왕문이 없다. 대신 100여 미터의 경사로를 따라 제주 현무암으로 조각한 크기가 같은 불상들이 도열해 있다. 아마도 이 불상들이 사천왕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길을 걸어 경내에 들어서면 정면에 대웅전과 몇 개의 전각이 서 있는데, 모든 건물이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어서 관음사의 길지 않은 역사를 대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풍경도 제주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만나는 절집다운 절집이라 거북하지 않다. 대웅전을 마주하고 제법 규모가 큰 연못이 하나 조성되어 있고, 그 왼쪽으로 거대한 불상이 야외에 세워져 있다. 이것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절집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이지만, 지역에서 관음사의 위세를 가늠하기에 좋은 불사의 흔적인 것 같다.
















관음사 오는 길에는 국립제주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국립대학으로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제주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제주대학교에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본관 건물이 있었다. 대학 시절 제주도에 와서 실제로 건물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헐리고 없었다. 어디로 이전한 것인지는 모르나, 한국 건축사에 아주 중요한 건물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처럼 사라진 문화유산의 존재는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관음사도 오래도록 같은 자리를 지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곳을 찾는 이들 앞에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면, 제주도 유일의 절집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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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일 목요일

대구 동화사 [桐華寺]

팔공산 동화사는 누구나 잘 아는 절이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런 절집이다. 행정구역상 대구광역시 시계에 있는 사찰로 여느 고찰처럼 첩첩산중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동화사가 이렇게 오래된 고찰이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동화사는 다양한 교통편이 잘 갖추어져 있다. 동대구역에서 버스로 갈 수도 있고 택시를 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찰이다.
















너무 유명해서 이름은 아주 친숙한데 유명 사찰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발길이 닿지 않는 절집이었다. 동화사를 처음 찾은 건 늦가을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는데, 팔공산 단풍과 어우러진 동화사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동화사는 얼핏 보기에도 무척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구릉이나 계곡이 아닌 팔공산 능선 자락에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화사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대도시 대구에서 쉽게 느낄 수 없을 만큼 장중하다.
















동화사 사적비에 의하면 신라 소지왕 15 493년 극달화상이 최초로 창건하여 유가사라고 불렀고, 신라 흥덕왕 7 832년 심지 대사가 중창할 때 오동나무가 겨울에 상서롭게 꽃을 피웠다 하여 동화사라고 개칭했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진표율사로부터 영심 대사에게 전해진 팔 간자를 심지 대사가 팔공산에서 던져 떨어진 자리인 첨당 북쪽 우물 자리에 지어진 사찰이라 전해진다. 신라 경문왕 3 863년과 경순왕 1 928년에 중창하고 이후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화사에는 많은 문화재들이 남아 있는데, 경내 전각들 중에 동화사의 주 불전인 대웅전이 역사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문화재이다. 대웅전은 정면 3, 측면 3칸의 다포식 겹처마 팔작지붕 목조건축물로 조선 후기인 영조 3 1727년과 영조 8 1732년 사이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팔공산을 대표하는 법당이다. 이 밖에도 동화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좌불상과 삼층석탑이 각각 2점씩 남아 보존되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찰 중에 하나인 동화사는 최근까지 통일대전과 통일대불 같은 대규모 불사를 단행하여 사세를 키워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로서 팔공산 일대에 수많은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동화사는 유달리 지리적인 혜택을 보고 있는 듯 보인다. 행정구역상으로 대구와 경북에 걸쳐 있어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 사찰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역에 기반을 두고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이런 대규모 불사들이 모두 동화사 경내의 구조나 전각 배치의 변동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 년 동안 절집을 짓고 불심을 키워온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다. 그러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변치 않았던 원래의 것들은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동화사는 최근의 수많은 대규모 불사에도 불구하고 본찰의 모습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가진 문화는 건축과 종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위적으로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거나 인공적인 창조를 즐기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듯이,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불교문화재와 고건축물 또한 어떤 이유에서건 위치한 그 자리를 떠나 홀로 돋보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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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일 월요일

부산 범어사 [梵魚寺]

범어사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광역시 내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유명 사찰들이 첩첩산중으로 자리를 옮겨 그 명맥을 유지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명 사찰들이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비하면, 범어사는 부산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동화사와 비견되는 부산광역시의 범어사는 그 역사가 동국여지승람에 기술되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절집이다.
















범어사 대웅전 신라 문무왕 678년 의상대사가 해동의 화엄 10찰 중 하나로 창건하여 조선 중기까지 그 면모를 유지하던 범어사는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폐허로 변했다. 선조 35 1602년 관선사로 중건하고, 광해군 5 1613년 지금의 가람들을 건립하면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찰 대본산으로 참선을 통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잡념과 망상을 쉬게 하고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참다운 불심을 깨닫게 하는 수행을 근본으로 삼는 도량이다. 양산 통도사가 불보종찰, 합천 해인사가 법보종찰, 순천 송광사가 승보종찰이라면, 범어사는 네 번째 선종 본찰로 마음의 근원을 구하는 수행도량으로 그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범어사는 부산광역시 어느 곳에서나 택시나 버스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금정산 자락에 있다. 역시 도심 속 사찰답게 절집 앞까지 깨끗하게 정비된 진입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제일 먼저 보물 제1461호로 지정된 범어사 조계문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범어사 경내인데, 범어사 조계문은 자그마하면서도 아주 특색 있는 절집 대문으로 유명하다. 어느 절집이나 건축 방식이 비슷하기 마련이지만, 범어사 조계문을 볼 때마다 독창적인 창의성이 돋보이는 목조건축물이라는 느낌이다.
















조계문을 지나 계단으로 이어진 사천왕문을 오르면 경내인데, 정면에 대웅전 마당이 나타나고 이 마당을 지나 대웅전 앞까지는 다시 계단으로 이어진다. 대웅전 앞마당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434호로 지정된 조선 중기 전형적인 목조건축물인 범어사 대웅전 앞에 서게 된다. 주요 동선이 경사면을 따라 쭉 계단으로 이어져 있는데, 대웅전 앞에 서면 아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이 절집의 풍채를 한눈에 느끼기에 아주 충분한 풍경이다.
















범어사 대웅전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배후에 두고 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범어사에는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절집 군데군데 풍요로운 흔적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천년고찰로서의 풍채는 여전하다는 게 부산을 올 때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범어사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감상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부산은 범어사, 대구는 동화사, 대전은 동학사와 갑사를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서울에는 어떤 절집이 대표 사찰일까? 서울 주변에도 여러 절집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딱히 대표 사찰로 손에 꼽을 만한 곳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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