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7일 일요일

제주 관음사 [觀音寺]

제주도에서 유일하게 절다운 절집인 관음사는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3교구의 본산이다. 즉 제주도 내 모든 사찰을 관장하는 절집이다. 일반적으로 전국의 명산에는 유명한 사찰들이 몇 개씩 자리를 잡기 마련인데, 제주도가 섬 지역인 까닭에 관음사가 한라산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절집이기도 하다. 창건자와 창건 연대는 기록이 없어 미상이며, 조선 숙종 때 제주목사였던 이형상이 제주의 잡신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관음사를 폐사시킨 이후 폐허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의 관음사는 1912년 비구니 봉려관이 바다에서 풍랑을 만났으나 관음보살의 신력으로 살아나게 되자, 이곳에 절을 짓고 불상을 모신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후 1948년 제주 4·3 사건으로 다시 전소되었다가 1968년 중창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육지의 수많은 천년고찰들과는 분위기부터 사뭇 다르다. 우선 입구부터 제주도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다른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금강문이나 사천왕문이 없다. 대신 100여 미터의 경사로를 따라 제주 현무암으로 조각한 크기가 같은 불상들이 도열해 있다. 아마도 이 불상들이 사천왕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 길을 걸어 경내에 들어서면 정면에 대웅전과 몇 개의 전각이 서 있는데, 모든 건물이 비교적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어서 관음사의 길지 않은 역사를 대변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소박한 풍경도 제주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만나는 절집다운 절집이라 거북하지 않다. 대웅전을 마주하고 제법 규모가 큰 연못이 하나 조성되어 있고, 그 왼쪽으로 거대한 불상이 야외에 세워져 있다. 이것도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절집에 어울리지 않는 규모이지만, 지역에서 관음사의 위세를 가늠하기에 좋은 불사의 흔적인 것 같다.
















관음사 오는 길에는 국립제주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제주도 최대 규모의 국립대학으로 한라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는데, 제주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다. 제주대학교에는 건축가 김중업이 설계한 본관 건물이 있었다. 대학 시절 제주도에 와서 실제로 건물을 구경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헐리고 없었다. 어디로 이전한 것인지는 모르나, 한국 건축사에 아주 중요한 건물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사라진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처럼 사라진 문화유산의 존재는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다. 관음사도 오래도록 같은 자리를 지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이곳을 찾는 이들 앞에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면, 제주도 유일의 절집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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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3일 목요일

대구 동화사 [桐華寺]

팔공산 동화사는 누구나 잘 아는 절이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그런 절집이다. 행정구역상 대구광역시 시계에 있는 사찰로 여느 고찰처럼 첩첩산중에 자리 잡고 있는 사찰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동화사가 이렇게 오래된 고찰이라는 사실은 잘 알지 못한다. 동화사는 다양한 교통편이 잘 갖추어져 있다. 동대구역에서 버스로 갈 수도 있고 택시를 탈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이용해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찰이다.
















너무 유명해서 이름은 아주 친숙한데 유명 사찰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발길이 닿지 않는 절집이었다. 동화사를 처음 찾은 건 늦가을 어느 날 해질 무렵이었는데, 팔공산 단풍과 어우러진 동화사의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동화사는 얼핏 보기에도 무척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구릉이나 계곡이 아닌 팔공산 능선 자락에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동화사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산세는 대도시 대구에서 쉽게 느낄 수 없을 만큼 장중하다.
















동화사 사적비에 의하면 신라 소지왕 15 493년 극달화상이 최초로 창건하여 유가사라고 불렀고, 신라 흥덕왕 7 832년 심지 대사가 중창할 때 오동나무가 겨울에 상서롭게 꽃을 피웠다 하여 동화사라고 개칭했다고 전해진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진표율사로부터 영심 대사에게 전해진 팔 간자를 심지 대사가 팔공산에서 던져 떨어진 자리인 첨당 북쪽 우물 자리에 지어진 사찰이라 전해진다. 신라 경문왕 3 863년과 경순왕 1 928년에 중창하고 이후 여러 차례의 중수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동화사에는 많은 문화재들이 남아 있는데, 경내 전각들 중에 동화사의 주 불전인 대웅전이 역사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문화재이다. 대웅전은 정면 3, 측면 3칸의 다포식 겹처마 팔작지붕 목조건축물로 조선 후기인 영조 3 1727년과 영조 8 1732년 사이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팔공산을 대표하는 법당이다. 이 밖에도 동화사에는 보물로 지정된 좌불상과 삼층석탑이 각각 2점씩 남아 보존되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불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사찰 중에 하나인 동화사는 최근까지 통일대전과 통일대불 같은 대규모 불사를 단행하여 사세를 키워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본사로서 팔공산 일대에 수많은 말사를 거느리고 있는 동화사는 유달리 지리적인 혜택을 보고 있는 듯 보인다. 행정구역상으로 대구와 경북에 걸쳐 있어 대구경북 지역의 대표 사찰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지역에 기반을 두고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그래도 참 다행인 것은 이런 대규모 불사들이 모두 동화사 경내의 구조나 전각 배치의 변동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천 년 동안 절집을 짓고 불심을 키워온 우리 민족에게는 우리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다. 그러기에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변치 않았던 원래의 것들은 절대로 손을 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행히도 동화사는 최근의 수많은 대규모 불사에도 불구하고 본찰의 모습은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가 가진 문화는 건축과 종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위적으로 자연의 원리를 거스르거나 인공적인 창조를 즐기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듯이, 자연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불교문화재와 고건축물 또한 어떤 이유에서건 위치한 그 자리를 떠나 홀로 돋보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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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일 월요일

부산 범어사 [梵魚寺]

범어사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광역시 내에 위치하고 있다.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에 따라 대부분의 유명 사찰들이 첩첩산중으로 자리를 옮겨 그 명맥을 유지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명 사찰들이 도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비하면, 범어사는 부산 도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동화사와 비견되는 부산광역시의 범어사는 그 역사가 동국여지승람에 기술되었을 정도로 유서 깊은 절집이다.
















범어사 대웅전 신라 문무왕 678년 의상대사가 해동의 화엄 10찰 중 하나로 창건하여 조선 중기까지 그 면모를 유지하던 범어사는 임진왜란 때 전소되어 폐허로 변했다. 선조 35 1602년 관선사로 중건하고, 광해군 5 1613년 지금의 가람들을 건립하면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찰 대본산으로 참선을 통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잡념과 망상을 쉬게 하고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참다운 불심을 깨닫게 하는 수행을 근본으로 삼는 도량이다. 양산 통도사가 불보종찰, 합천 해인사가 법보종찰, 순천 송광사가 승보종찰이라면, 범어사는 네 번째 선종 본찰로 마음의 근원을 구하는 수행도량으로 그 색깔을 분명히 하고 있다.
















범어사는 부산광역시 어느 곳에서나 택시나 버스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금정산 자락에 있다. 역시 도심 속 사찰답게 절집 앞까지 깨끗하게 정비된 진입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면, 제일 먼저 보물 제1461호로 지정된 범어사 조계문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부터가 범어사 경내인데, 범어사 조계문은 자그마하면서도 아주 특색 있는 절집 대문으로 유명하다. 어느 절집이나 건축 방식이 비슷하기 마련이지만, 범어사 조계문을 볼 때마다 독창적인 창의성이 돋보이는 목조건축물이라는 느낌이다.
















조계문을 지나 계단으로 이어진 사천왕문을 오르면 경내인데, 정면에 대웅전 마당이 나타나고 이 마당을 지나 대웅전 앞까지는 다시 계단으로 이어진다. 대웅전 앞마당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보물 제434호로 지정된 조선 중기 전형적인 목조건축물인 범어사 대웅전 앞에 서게 된다. 주요 동선이 경사면을 따라 쭉 계단으로 이어져 있는데, 대웅전 앞에 서면 아주 시원한 풍광이 펼쳐진다. 이 절집의 풍채를 한눈에 느끼기에 아주 충분한 풍경이다.
















범어사 대웅전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을 배후에 두고 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범어사에는 많은 신도들과 관광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절집 군데군데 풍요로운 흔적들이 넘쳐나고 있었지만 천년고찰로서의 풍채는 여전하다는 게 부산을 올 때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범어사를 찾을 때마다 느끼는 감상이다. 문득 생각해보니 부산은 범어사, 대구는 동화사, 대전은 동학사와 갑사를 도심에서 가까운 거리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서울에는 어떤 절집이 대표 사찰일까? 서울 주변에도 여러 절집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딱히 대표 사찰로 손에 꼽을 만한 곳이 금방 생각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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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6일 화요일

경주 불국사 [佛國寺]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 손가락에 뽑을 수 있는 사찰 불국사. 대한민국 불교 사찰 하면 수학여행을 통해 누구나 한 번쯤 가본 적이 있는 절집이 불국사이다. 그런데 불국사는 왜 유명한 걸까? 이번에 불국사를 찾으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첫 번째 질문이다. 그리고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그런 의문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한 번에 깨지고 말았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서 대학 다닐 때까지 정말 여러 번 찾아왔던 불국사지만, 매번 느끼는 감탄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고 말았다.
















우선 불국사는 우리나라의 여느 사찰들과는 달리 주변 지역이 정말 체계적으로 잘 정비되어 있다. 인근 지역에 들어서 있는 불국사 관광단지를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게 되는 것이 청운교·백운교다. 종교를 떠나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대한민국 최고의 석조 건축물이자, 1,000년 전 신라시대 문화의 향기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너무나도 아름다운 석조 구조물이다. 경사진 산자락의 사찰 본당을 오르는 구조물을 이리도 아름답게 만들어 놓은 신라인들의 문화적 역량에 찬사를 금할 수 없을 따름이다.
















지금은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청운교·백운교를 직접 걸어 볼 수는 없다. 대신 산비탈을 따라 경내를 출입하는 동선이 별도로 만들어져 있으며, 이 동선을 따라 경내에 들어서면 다시 한번 숨 막히는 풍경과 맞닥뜨리게 된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불탑들이 국토 전체에 산재한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석탑 2개가 시선을 가로막고 서서, 방금 전 감탄하던 청운교·백운교의 감동을 모두 잊게 만들어 버린다. 국보 제20호 다보탑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국보 제21호 석가탑의 미려한 아름다움은 오묘하게 어우러져 더할 나위 없이 경건한 불심의 세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군다나 석가탑에서 1966년 발견된 국보 제126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본으로,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본 직지심체요절과 함께 우리 민족의 우수한 인쇄 기술을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기록문화유산 중 하나이다. 1,000년 동안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품고 그 긴 세월을 지나온 불국사 석가탑 앞에 서면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한 번쯤 돌이켜 보게 되는 것만 같다.
















불국사는 비교적 정확하고 상세한 창건 연대를 알 수 있는 "불국사고금창기"라는 기록물이 현존하고 있다. "불국사고금창기"에 따르면 불국사는 신라 법흥왕 15 528년 처음으로 창건되어 신라 신문왕 때의 재상 김대성에 의해 대규모 중창불사가 이루어졌으며, 이후 여러 차례의 개보수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큰 절이지만 과거에는 더 큰 규모였다니 그때의 모습은 어떠했을지 궁금해진다.
















불국사가 자리 잡은 토함산의 정상에는 또 하나의 위대한 민족유산이 남겨져 있는데, 우리가 흔히 석굴암이라고 부르는 국보 제24호 석불사 석굴이다. 불국사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절대로 놓칠 수 없는 문화재가 석굴암인데, 토함산 정상에 올라 석굴암의 본존불을 참배하는 것 또한 불국사 탐방에 아주 중요한 코스 중 하나이다. 너무 유명하고 엄청난 문화재가 즐비해서 이를 설명하다 보면 개인적인 감상과 느낌을 나열할 여유를 찾을 수 없으나, 이런 멋진 문화유산을 만나는 것은 매번 반복해도 이대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즐거운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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